| |
::: 자유게시판 :::
비방의 글, 욕설,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글, 미풍양속에 저촉 글, 상업적 광고 글,
홈페이지 성향에 적합하지 않는 글은 운영상 임의로 삭제될 수 있으니 양지 바랍니다.
|
유명(有明) 조선국(朝鮮國) 정경부인(貞敬夫人) 홍씨(洪氏) 묘갈명 병서
증(贈) 대광보국숭록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 의정부 영의정(議政府領議政) 박공(朴公)은 중묘조(中廟朝)에 괴과(魁科갑과(甲科))에 급제하여 중망(重望)을 받고 청현직(淸顯職)을 두루 거쳤다. 가정(嘉靖명 나라 세종(世宗)의 연호) 경인년(1530,중종25년)에 사인(舍人)을 거쳐 사간(司諫)에 임명되어 김안로(金安老)를 다시 서용(敍用)해서는 안 된다고 항언(抗言)하였다가 흉당(凶黨)에게 배척되어 영외(嶺外)로 은둔하면서 뜻을 품은 채 돌아가셨다. 얼마 안가서 나라의 권병(權柄)이 전도되어 나라의 기틀이 상실되기에 이르러 주토(誅討)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사람들이 모두 공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탄복하였으나, 뒤늦게 애석해본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공의 부인은 나이 겨우 41세에 과부가 되었다. 아들 다섯에 딸 둘이 있는데, 둘은 시집가고 하나는 장가를 들었으나 그 나머지는 어려서 울음소리만이 방에 가득하였다. 부인은 상(喪)을 마치고나서 그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어렵게 길렀는데, 날마다 독실하게 교훈(敎訓)하여 모두 성취시켜 유식(有識)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아들 둘과 사위 하나가 잇달아 과거에 급제하기에 이르렀고, 나머지 아들들도 또한 모두 택궁(澤宮무과(武科))에서 명성이 높아 함께 조정의 반열에 올랐다. 명사(名士)가 한 집안에 모였으니, 세상에서 그 성대함을 칭송하였다.
금상(今上)께서 등극하신 후 부인의 손녀가 간택에 응하여 곤면(衮冕)이 아래로 마중하여 중전(中殿)이 되셨다. 이는 비록 문호(門戶)의 사사로운 경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또한 어찌 근원(根源)과 적덕(積德)이 없이 그렇게 된 것이겠는가? 부인은 날마다 전성열정(專城列鼎)의 봉양을 받았고, 봉작(封爵)의 융숭함은 극품(極品)까지 뛰어올랐다. 서금(犀金), 헌가(軒珂)가 집안에 혁혁하였다. 내외의 제손(諸孫)들로 증손(曾孫)과 현손(玄孫)까지 많게는 백여 인에 이르렀다.
수명도 냇물이 불어나듯이 하여 모두 85세를 누리셨다. 만력(萬曆명 나라 신종(神宗)의 연호) 6년 무인년(1578,선조11년) 11월 17일 갑자에 성남(城南)의 옛집에서 고종(考終세상을 떠남)하였다. 자식들이 복장(卜葬장사 날을 정함)하여 양주(楊州) 소재지 동쪽 금촌리(金村里) 자좌오향(子坐午向)의 언덕에 터를 잡고, 다음 해 2월 초3일 무인에 장사를 잘 마쳤다. 처음에 부음(訃音)을 듣고 왕비께서 예문(禮文)을 상고하여 별전(別殿)에서 거애(擧哀망곡(望哭)을 행하는 것)하고, 4일 후에 성복(成服)하였다.
상(上)께서 특별히 부의(賻儀)와 제사(祭祀)를 하사하시고, 이어서 기내(畿內)에 명하여 정부(丁夫)를 제공하여 장사지내는 일을 마치게 하니, 또한 특이한 은전에서 나온 것이다. 시종 일관 애영(哀榮)이 구비된 것은 참으로 근대에 드물게 보는 것이다.
부인의 성은 홍씨(洪氏)이니, 계보가 남양(南陽)의 거벌(巨閥)에서 나왔다. 원조(遠祖) 휘(諱) 은열(殷悅)이 고려 태조(太祖)를 추대한 공로로 일어났다. 그 때부터 높은 벼슬로 세상에 드러났다. 증조(曾祖)는 휘 심(深)으로 한성부 윤(漢城府尹), 증(贈) 영의정이다. 조부는 휘 흥(興)으로, 대사헌(大司憲)이다.
전후로 언지(言地)에 있으면서 한명회(韓明澮) 같은 권귀(權貴)나 임사홍(任士洪), 유자광(柳子光) 같은 폐총(嬖寵임금에게 아첨하여 총애를 받는 신하)들을 모두 탄핵하면서 조금도 피하지 않았으니, 곧은 명성이 일시에 들렸다.
고(考)의 휘는 사부(士俯)로, 사섬시 정(司贍寺正)이다. 증 이조 판서(吏曹判書) 행(行) 부정(副正) 한절(韓岊)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홍치(弘治명 나라 효종(孝宗)의 연호) 갑인년(1494,연산군즉위년)에 부인을 낳았다. 정덕(正德명 나라 무종(武宗)의 연호) 경오년(1510,중종5년)에 의정공(議政公)이 장가들어 배필로 삼았다.
부인은 기도(氣度)가 온순(溫順)하고 성품(性稟)이 근검(勤儉)하였으며, 집안에서 일을 처리할 적에는 전일하게 하고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았으며, 선조의 제사를 받들 적에는 반드시 성경(誠敬)을 다하였다. 비록 질병(疾病) 중에 있더라도 기일(忌日)을 만나면 세대(世代)의 원근(遠近)을 따지지 않고 모두 소식(素食)을 하면서 재계(齋戒)를 다하였고 늙어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손들을 인도할 적에는 엄격하게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범하기 어려운 위엄이 있었다. 장남은 응천(應川)이니, 장양(將養어버이를 부양함)을 위해 잇달아 주부(州府)의 수령을 맡았다가 들어와 한성부 서윤(漢城府庶尹)이 되었다. 응순(應順)은 용인(龍仁)의 수령을 지냈고, 국구(國舅)로서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이며, 반성부원군(潘城府院君)에 봉해졌다. 응남(應男)은 가선대부의 품계에, 대사헌(大司憲)에 임명된 것이 열 번이었다. 물론(物論)이 바야흐로 의지하여 중하게 여겼으나, 불행하게도 먼저 졸(卒)하였다. 응복(應福)은 좌부승지(左副承旨)이고, 응인(應寅)은 온양 군수(溫陽郡守)이다. 딸은 맏이는 목사(牧使) 이희백(李希伯)에게 시집갔고, 다음은 진사 박성원(朴誠元)에게 시집갔는데, 동성(同姓)은 아니다.
서윤의 아들은 진사 동현(東賢) 참봉 동호(東豪), 정자(正字) 동로(東老), 생원 동준(東俊), 동민(東民), 동선(東善)이며, 사위는 현감 임태(任兌)와 안경남(安慶男)이다. 반성(潘城)의 아들은 동언(東彦)이고 딸은 곧 중전(中殿)이다. 대사헌의 아들은 별좌(別坐) 동도(東燾), 동휴(東烋), 동점(東點)이고, 사위는 감역(監役) 이암(李巖)과 이정간(李挺幹)이다. 승지의 아들은 동윤(東尹), 동열(東說), 동망(東望), 동량(東亮)이고, 사위는 정혜연(鄭蕙衍)이다. 군수의 아들은 동기(東紀), 동적(東績), 동위(東緯)이고, 사위는 조정(趙玎), 권익경(權益慶)이다. 외손(外孫)은 이대추(李大秋), 대화(大禾)이니, 관직은 모두 현감이다. 다음은 대수(大秀), 대형(大馨), 대년(大年)이고, 사위는 찰방(察訪) 박여헌(朴黎獻), 생원 권인(權韌), 최덕준(崔德峻), 윤사함(尹思諴)이다. 그 밑의 자손들은 갈수록 많아서 다 기록하지 못한다.
의정공(議政公)은 곧 나주인(羅州人)으로, 휘는 소(紹)이고, 자(字)는 언주(彦胄)이며, 좌의정 휘 은(訔)의 5대손이다. 조녜(祖禰조상과 선고)가 누대에 걸쳐 드러난 벼슬을 하였는데, 공은 화를 피하여 합천(陜川)에서 생을 마쳤다. 그 때문에 그 군(郡)의 동쪽 화양사동(華陽寺洞) 구곡리(九谷里)에 장사 지냈다.
상세한 세계(世系)와 언행(言行), 이력(履歷)은 공의 묘표(墓表)에 드러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특별히 그 개괄만을 부서(附書)하고자 한다. 승임(承任)은 공에게 있어 종말(從末)에 해당되므로 부인이 집안을 다스리고 후손들에게 복을 드리운 실상을 익숙하게 알고 있다. 서윤(庶尹) 등이 동종(同宗)의 의리에 의거하여 갈음(碣陰)을 찬술하기를 명하였는데, 문장이 졸렬하여 성대한 아름다움에 누가된다고 사양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삼가 명(銘)을 짓는다.
동쪽에 저명한 성씨가 있으니 東有著姓
당(唐) 나라에서 전래한 홍씨일세 繄唐之洪
명가에 자식이 있었으니 名家有子
정숙함이 한 몸에 모였도다 貞淑攸鍾
유순함은 강함에 짝할 만하니 柔能配剛
덕의 기틀이 되었네 維德之基
이에 쌓고 이에 발하여 廼積廼發
큰 복이 와서 누릴 수 있었네 介福來綏
이미 수(壽)와 녹(祿)이 대단한데 旣多壽祿
자손이 또 백여 인이나 되었네 卽百斯孫
그 손녀는 누구인가 厥孫維何
존귀하신 국모이시네 國母之尊
아주 길한 새 터에 其新孔吉
영원히 유택을 정하였네 永妥幽宅
그 빛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不顯其光
이 비석이 높이 서있으니 有崇斯石
////////////////////////////////////////////////////////////
전성열정(專城列鼎)의 봉양:전성은 지방의 수령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열정은 앞의 주 ‘열정(列鼎)’을 참조할 것.
애영(哀榮):애(哀)는 어버이를 잃은 것과 같이 슬퍼하는 것이고, 영(榮)은 높이고 친애하지 않는 이가 없음을 말한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의 덕을 칭송하여, “만일 부자(夫子)께서 나라를 얻으신다면 이른바 세우면 이에 서고, 인도하면 이에 따르고, 편안하게 해주면 이에 따라오고, 고무시키면 이에 화(和)하여, 그가 살아 계시면 영광스럽게 여기고[其生也榮], 돌아가시면 슬퍼한다[其死也哀]는 것이니, 어떻게 따를 수 있겠는가.” 하였다. 《論語 子張》
|
|
|
|
0 
4082
273
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