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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대 200여년 걸쳐 평균수명 80세… 농암 가문 장수 비결은 ‘積善愛日’
2014-05-28

7대 200여년 걸쳐 평균수명 80세… 농암 가문 장수 비결은 ‘積善愛日’


보물 제872호인 ‘농암 이현보 초상화’. 가로세로 105×126cm의 비단 채색화로 조선 중종 32년(1537년)에 동화사 승려이자 화가인 옥준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동아일보]

예부터 민간신앙은 세속적 바람과 관련된 게 많다. 난초가 자손 번창을 이끈다거나 모란이 부귀영화를 부른다는 식이다. 무병장수 역시 대표적 욕망 가운데 하나. 그런데 이 오래 사는 비법은 ‘어부가’로 유명한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1467∼1555)의 집안에서 배우는 게 나을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상설전시실에 마련한 전시 ‘영천 이씨 농암 이현보의 가족 이야기’에 소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농암 집안의 무병장수는 거의 미스터리급이다. 농암 본인도 88세까지 장수했지만 윗대와 자손 역시 놀라울 정도다.

고조부(84세)와 증조부(76세)를 비롯해 할아버지 할머니(84, 77세), 아버지 어머니(98, 85세)도 오래 살았다. 숙부와 외조부, 외숙부는 졸수(卒壽·90세)를 훌쩍 넘겼다. 농암의 여섯 아들은 평균 76.5세를 살았고, 손자와 증손자도 장수했다. 7대 200여 년 동안 집안 평균 연령이 80세 안팎이었다.


농암종택의 대표 건물인 긍구당(肯構堂)은 원래 농암의 고조부가 세웠으나 농암이 중수하며 긍구당이란 편액을 달았다. 당대 명필 영천자 신잠(1491∼1554)의 글씨로 ‘조상의 유업을 길이 이어간다’는 뜻이 담겼다. 농암은 여기서 나고 여기서 별세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농암 집안 장수의 비결은 뭘까. 사료를 훑어봐도 무슨 비전(秘傳)의 묘약이나 수련법은 보이지 않는다. 최순권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효를 바탕으로 한 가족의 우애와 이런 행복을 주위에도 베푸는 어진 가풍”을 으뜸 이유로 꼽았다.

농암은 세상을 떠난 뒤 나라에서 ‘효절(孝節)’이란 시호를 받았을 정도로 효성이 지극하고 집안 화목을 중시했다. 70세 넘은 노구를 이끌고 부모를 위해 때때옷을 입은 채 춤을 춘 일화는 유명하다. 이때 부친을 포함해 고향 안동 인근 아홉 노인을 모셨던 잔치가 바로 ‘구로회(九老會)’다. 중국의 전설적 효자 노래자(老萊子)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았다고 한다.

구로회는 농암이 열었지만, 세상에 알린 이는 장남인 벽오 이문량(碧梧 李文樑·1498∼1581)이었다. 벽오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받아 농암이 팔순이던 1547년부터 매년 구로회를 열었다. 형제들 또한 언제나 함께 도우며 우애를 다졌다. 최 학예관은 “넉넉한 가세가 아니었음에도 농암 집안은 가족 사랑과 지역사회 기여를 꾸준히 이어갔다”며 “20세기인 1902년까지 구로회를 개최한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암의 여섯 아들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남달랐다. 벼슬살이에 나섰던 형제는 모두 더 큰 관직을 사양하고 하루 이틀 거리에 모여 살았다고 한다. 부모를 모시고 매달 1일과 15일 함께 모였는데, 이 집안 행사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지속됐다.

굳건히 새겨진 가풍은 세월이 흘러도 흔적을 남긴다. 효와 나눔의 정신이 가득한 구로회는 1979년과 2012년에도 그 뜻을 기리며 재연됐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농암종택은 현재 종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80세 이상 부모를 모시고 오면 가족 모두의 아침 식사비를 받지 않는다. ‘적선애일(積善愛日·선행을 쌓고 하루도 아끼며 효도하라).’ 이것이야말로 대대로 이어온 농암 집안의 가훈이자 장수법이었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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