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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김씨, 대마도 윤씨


[설왕설래] 몽골 김씨, 대마도 윤씨
2014-01-09  세계일보  백영철 논설위원

얼마 전 사퇴한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씨는 독일이씨 시조다. 이름 참은 “한국 문화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이참씨처럼 출신지를 본관으로 삼은 경우론 몽골김씨, 대마도윤씨, 태국태씨, 길림사씨 등 있다. 부산 토박이보다 사투리가 더 걸쭉한 하일(로버트 할리)은 영도하씨 시조다. 이름 일은 영도하씨의 첫 번째라는 의미다. 국내 K리그에서 골키퍼로 명성을 떨친 러시아 출신 신의손은 구리신씨다. 소속팀 연습장이 구리에 있었던 게 인연이 됐다. 하일이나 신의손처럼 귀화 당시 살던 곳을 본관으로 삼은 경우도 많다. 청도후씨, 건지화리오씨, 대구호씨, 광동진씨 등 숱하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 사이 한국국적 취득자의 창성창본 신청 7578건이 받아들여졌다. 희귀한 새 족보가 하루 20개씩 생긴 셈이다. 귀화인들의 새 족보가 2010년 이후 매년 7000건을 넘었으니 한국의 성씨도 이젠 수만개에 이른다. 성씨가 1985년도 275개, 2000년도 728개였던 데 비하면 금석지감이 든다. 그만큼 한국이 잘 먹고 잘사는 곳이 됐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귀화하고 성을 새로 만드는 것은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 살기 위해서다. 이참, 하일, 신의손은 한국인의 시선집중을 위한 게 그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배타적인 시선을 돌리기 위한 사례가 더 많다. 필리핀에서 온 여인은 지난해 9월 한양우씨가 됐다. 아이 둘이 자신의 이름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당한 사실을 알고 나서다. 전국의 수많은 다문화가정에서 겪는 아픔이다.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진 중국인들은 현지에 무덤을 만들지 않았다. 이를 화교사회에서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표현했다. 죽은 뒤에라도 조국에 돌아간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젠 전설이다. 요새는 ‘낙엽귀토(落葉歸土)’라고 쓴다. 지금 사는 땅에 묻히겠다는 것이다. 이들을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고 지탄해서는 안 된다. 조국이나 민족에 대한 강한 동질감이 최우선 가치인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성과 이름은 자신의 모든 것이다. 새 성과 새 이름을 갖는 것은 새로 태어난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이 땅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묻히려는 낙엽귀토의 정신이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그렇다면 창성창본 건수가 한 해 7000건 이상이나 된다는 사실은 뭔가. 우리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는 확실한 증거다. 부디 내년에는 건수가 줄기를.

백영철 논설위원
2014-01-09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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