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비방의 글, 욕설, 타인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글, 미풍양속에 저촉 글, 상업적 광고 글,
홈페이지 성향에 적합하지 않는 글은 운영상 임의로 삭제될 수 있으니 양지 바랍니다.

Name


	박찬무

Homepage

http://www.bannampark.org

Subject

우리 설날, 덕담 트파라치

[우리우리설날은] - 덕담 트파라치

취업·결혼 얘긴 직설법보다 감동적 은유법을

올 설날에는 ‘덕담 트파라치’가 될 것을 제안한다. 트파라치(Tparazzi)는 트렌드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생활·문화 전반의 트렌드를 먼저 읽고 포착해 내는 사람을 말하는데 사회 전반에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신(新)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트렌드에 맞게 덕담도 변화를 주자.

예를 들어 취업을 못해 백수로 지내는 친척에게 “결혼하려면 직장을 가져야지…”라고 한다면 그는 친척이 아니라 ‘웬수’일 뿐이다.

이럴 땐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자 교세라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삶을 들려주는 덕담은 어떨까?

“이나모리는 한때 ‘조폭’을 꿈꾼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마이너 인생’을 살아온 탓이다. 재수 끝에 중학교에 들어갔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지방대를 졸업한 뒤 취직시험에서도 번번이 쓴잔을 마시자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삐딱하게 살 생각을 했다. 무술에는 자신 있어 인텔리 야쿠자가 되고자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의 교세라를 키웠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다시 고삐를 조여 보자.”

또한 결혼 적령기를 지난 여자 조카에게는 ‘국수 타령’을 할 것이 아니라 성지혜 감독의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를 얘기하자.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사이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택하는 주인공 ‘소연’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중요한 것은 결혼시기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사실이란 점을…. 분명 영화를 화두로 삼은 사실만으로도 당신을 바라보는 조카의 눈빛은 달라질 것이다.

트파라치가 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발품을 팔아 보자. 대형 서점에 가서 아들딸이나 조카들의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 선물하는 것도 좋다. 덕담 한 마디가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가슴에 꽂는 비수가 될 수 있다.

자! 그럼, 올 설날에 당신은 트렌드를 아는 멋진 친척이 될 것인가, 징글맞은 ‘웬수’가 될 것인가?

포스코신문
2008년 01월 31일
한상현＜한겨레신문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