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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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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기생 細枝 이야기 <갖어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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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기생 細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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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이
엉성한 기록보다 훨씬 파워풀 할 경우도 있다.
신화나 전설이 그렇고,
입소문의 위력 또한 가볍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나주 기생 세지 이야기는
호남 지방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100여년 전 창간되었던 우리나라 초기의 신문들을 보면
당시 기생들의 한시가 심심치않게 실려있다.
일종의 독자투고 형식이었는지,
광고비같은 것을 지불하고 게재를 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진주의 어떤 기생은
신문에 한시 한 수를 게재하면서
자신의 시에 차운을 가장 잘 한 사람에게
몸을 맡기겠노라고 아예 광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
그와 비슷한 일이 호남지방의 나주에서도 있었나 보더라.

나주 기생 세지는 미모와 재주를 겸비하여
뭇 남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모양이다.
인기도 적당해야지 너무 많으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
씨잘데기없는 남성 퇴치용이었는 지
시를 한 줄 지어서 방을 붙이고선,
자신의 시에 꼭 맞는 짝의 시를 지은 사람과 함께 살겠다고 했다 한다.

그 한 줄의 시가
바로 今夜誰與宿(금야수여숙),
즉 오늘 밤에는 누구와 함께 잘꼬?
라는 내용이었다.

세지를 탐내는 수많은 남성들이
꽃이 어떻고, 나비가 어떻고, 별이 어쩌고, 달이 어쩌고..
하는 등의 시를 지어봤지만,
세지의 시에 짝을 이루는 시라고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서 낙방하여 낙향하던 한 선비가 있었으니
박씨 성을 가진 영암의 선비였다 한다.
영암으로 돌아가려면 나주를 거쳐야 하기도 하지만,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느라 나주에서 게겼던 모양이다.
나주의 어느 주막집에 든 박선비가
羅州奈晝去(나주나주거)
靈岩寧暗行(영암영암행)라고 주억거렸던 것을 보면..
대충,
<나주를 내 어이 벌건 대낮에 뜨리오
차라리 껌껌해지면 영암으로 가리라.>하는 뜻이겠다.

이처럼 음이 같은 한자로 장난치는 것은
옛날 서당꾼들의 자주 즐기던 놀이이기도 했다.

아무튼
과거에 낙방한 처지라
밝은 대낮에 고향으로 돌아가기엔
매우 쩍 팔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주막에 들러서 시간을 죽이고자 했었나 보다.

그러다가 주막집 벽에 붙은
세지의 글을 보고 세세한 사연을 얻어듣게 되었다.
박선비가 즉각 지은 글이
<나그네 베게의 한 모퉁이가 비어있구나>하는 뜻인,
客枕一隅空(객침일우공)이었다.

今夜誰與宿에
客枕一隅空이라니..
누가 보아도 꼭 맞는 짝을 이루는 시였다.

이제 세지는 꼼짝없이 박선비의 짝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박선비의 모습이 장동건이나 죠니 뎁처럼 생겼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불행하게도
박선비의 몰골은 세지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시커먼 것이 꼭 산도둑처럼 생겼던가 보더라.

하지만,
적어도 명기라면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법.
그후로 세지는 박선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서
결국 박선비는 과거에 장원급제를 했다는 해피앤딩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