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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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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경(朴宗慶)과 전사자본(全史字本)

전사자본(全史字本)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의 오
빠 박종경(朴宗慶)이 외척으로서 권세를 누리고 있던 무렵, 재물을 모아 순조 16년(1816)에 청나라 취진판(聚珍板) 전사(이십일사)의 글자를 자본으로 20만 자를 주성한 인서체(印書體) 동활자가 ‘전사자(全史字)’며, 글 활자로 찍은 책을 ‘전사자본’이라 일컫는다. 박종경이 사사로이 만든 인서체 활자인 점에서 그의 호를 따서 ‘돈암인서체자(敦巖印書體字)’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리 있게 붙여진 활자명이라 하겠다.

이 활자로 처음 찍은 책이 부친의 『금석집(錦石集)』이며, 이어 『반남박씨오세유고(潘南朴氏五世遺稿)』를 비롯한 백부 박윤원(朴胤源)의 『근재집(近齋集)』과 『근재예설(近齋禮說)』, 그리고 친지의 저서를 찍어주고 그대로 집에 두었다가 철종 연간에 이곳저곳으로 가지고 다니며 민간의 책을 찍어주었다.

철종 10년(1859)에 인출된 『완산지장(完山誌狀)』에는 ‘대능활인(大陵活印)’이 표시되어 있고, 대원군이 집정한 때는 운현궁으로 몰수되어 ‘운현궁활자(雲峴宮活字)’라는 별칭까지 붙기도 하였다. 그리고 대원군이 실각한 뒤는 또다시 이곳저곳에서 민간이 필요로 하는 책의 인출에 사용되었다.

그 중 고종 16년(1879)에 인출된 『위암선생시록(韋菴先生詩錄)』등 3종의 서책에는 ‘수천정활인(壽泉亭活印)’ ‘수천정개인(壽泉亭開印)’ 또는 ‘수천정인본(壽泉亭印本)’ 등이 표시되어 있다. 고종 연간의 인본을 보면, 대원군이 집정한 무렵에 정서류(政書類)의 책이 나온 것을 제외하고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주로 개인의 저서와 편찬서를 비롯한 불교서, 도교서가 인출된 것이 특징이다.

이 활자는 본시 왕실의 외척이 권세를 누리고 있던 무렵, 일가의 문집과 저서를 찍고 친지의 저서를 찍어주며 세도를 부리려고 한 데서 주성된 것이지만, 뒤에 이르러서는 주로 민간이 필요로 하는 책을 찍어 보급하여 시민문화와 시민의식의 계발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활자의 모양이 신연활자(新鉛活字)와 같이 균정하고 크기가 적당하며 주조가 정교하여 민간에서 널리 애용되었기 때문에 그 인본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출처: 한국금속활자본(천혜봉, 범우사) 중 발췌
책사랑冊舍廊 공부방 ( 2006-12-08 ) 에서 갖어온글
* 박찬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11-01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