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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의 제례’ 책·DVD에 담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종가의 제례’ 책·DVD에 담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5개 가문 엄선 2년간 조사::) 불천위(不遷位)제사란 것이 있다.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조선시대 양반 가문의 사당에서 모시는 제사는 고조부모인 4대 조상까지 한정돼 있었고 이들만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忌祭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큰 공을 세웠거나 학덕이 높아 신위를 영원히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사례가 있었다.
4대 봉사가 끝나도 배우자와 함께 신주(신위)가 옮겨지지 않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매년 기일에 제사를 받는다는 의미에서 불 천위 제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조선시대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조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문으로선 대단한 영광이었고 이 같은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종가의 제례의식과 음식’에 대한 조사사업을 벌여온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최근 첫번째 성과물로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의성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 등 5개 종가의 제례의식과 제사음식을 담은 책과 DVD로 제작된 영상 물을 내놨다. ‘종가의 제례와 음식’이란 제목으로 김영사에서 나온 3권의 책에 담긴 종가는 학봉 김성일 종가 외에 서흥김씨 한훤당 김굉필 종가, 반남박씨 서계 박세당 종가, 월성손씨 양민 공 손소 종가, 청주한씨 서평부원군 한준겸 종가 등이다.

보고서 형식의 책에는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전국 30여개 종가 중에서 뽑힌 이들 종가의 불천위 제사와 묘제, 명절차례 등의 의 식절차, 제사음식 조리 및 진열방법 등이 270여점의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자세히 기록돼 있다. 유교문화의 전승주체인 종가에 대한 면밀한 기록과 보존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획된 이번 작업을 통해 가족제도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종손과 종부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실상을 살필 수 있는 것이 성 과다.

세조 때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로로 적개공신이 된 양민공 손 소나 조선 성리학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학자로 문묘에 배향된 한 훤당 김굉필, 퇴계 이황의 적통 제자로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를 지내다 순직한 학봉 김성일,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 등 국란수습에 힘쓴 인조의 장인 서평부원군 한준겸,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서계 박세당 등 책에서 다루고 있는 종가에서 지금까지 제사를 받드는 인물들은 모두 조선시대 선비정신을 대 표하는데 손색이 없다. 이중 학봉 김성일 종가는 근대에 들어와 서도 독립유공자 11명을 배출하는 등 충절의 가문으로 유명하다.

경북 안동시 서안동 금계마을에 자리잡은 학봉 김성일 종가에서 제물 장만 등 불천위 제사를 한번 지내는 데 소요되는 경비는 12 0만원. 북어와 고등어, 방어, 상어, 조기, 쇠고기, 닭을 전혀 조 리하지 않은 날것으로 올리는 학봉 김성일 종가와는 달리 달성군 현풍면의 한훤당 김굉필 종가는 익힌 음식을 사용하는 등 같은 불천위 제사라도 지역이나 가문에 따라 제사음식과 준비과정, 의례, 진열방법 등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불교문화의 잔재도 남 아있으며 오탕이 삼탕으로 줄어드는 등 최근 들어 제사음식이 간 소화되는 현상도 드러나고 있다.

종가의 제사와 음식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결코 쉽지 않았다 . 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종손·종부와는 섭 외가 끝났으나 막상 제사 기일을 하루 이틀 앞두고 문중어른들이 반대한다며 취소를 요청하거나 내려갔더라도 카메라 촬영을 거 부당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래 종가 하나 당 한권의 책을 내려했으나 이번에 학봉 김성일 종가를 빼고는 책 한권에 두개의 종가를 담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영창기자ycchoi@munhwa.co.kr
[속보, 생활/문화] 2004년 01월 19일 (월) 11:18
이글은 문화일보에서 퍼온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