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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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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족보를 위하여!

아래의 졸문은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쓴 글입니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모 상.

새로운 개념의 족보(族譜)를 위한 제언(提言)

족보의 사전적(辭典的)인 정의(定義)는 대체로 “한 족속(族屬)의 계통(系統)과 혈통(血統)에 관계되는 것을 적은 책”이 되는 것 같다. 추측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족보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족보의 핵심을 이루는 기본 개념은 바로 “혈통”이다. 즉 유전적(遺傳的) 개념이 바탕이다.

그런데 과연 족보는 “계통과 혈통에 관계되는 것”을 제대로 기록하여 왔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족보가 정말 혈통을 바탕으로 했다면 딸과 외손을 기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혈통의 반(半)을 제외시킨 불완전한 기록이다. 둘째, “대(代)를 잇는다”는 명분 아래 양자(養子)를 들였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양자는 직접적인 혈통의 개념에서 벗어난다. 셋째, 과거의 족보들을 살펴보면 소위 서자녀(庶子女)들에 대한 기록이 불실하고 아예 기록 자체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즉 혈통을 이어받은 수많은 자손들이 사실상 배제된 경우가 허다(許多)하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의 족보는 대부분이 그토록 소중히 생각하는 “혈통”이라는 판단 기준에서 본다면 “절름발이” 족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족보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여 진정한 의미의 족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2008년 1월 1일부터 호주제가 폐지되고 새로운 가족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제 어머니의 성(姓)을 따를 수도 있고 혈통과 상관없는 양부모(養父母)의 성을 따를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부계성(父系姓) 계승(繼承)에 바탕을 둔 족보의 기록 관행은 앞으로 그 근원적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2) 오늘날에는 자녀의 수가 1-2명뿐이고 많아야 3명 정도이다. 더구나 딸 뿐인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에도 양자를 들이지 않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과거식(過去式)의 “대를 잇는다”는 의미는 이미 없어졌다. 결국 부계성(父系姓)을 가진 아들[子]만 고집한다면 “대가 끊어지는” 집안이 속출하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3) 여성의 사회 활동이 괄목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남성(아들)에 대한 징병제도가 존속하는 한(限), 판검사, 외교관 등 국가고시를 통해 선발하는 공무원, 각급학교 교사, 교수직등 소위 전통적으로 족보의 기록 대상이 되어 왔던 직종(관계와 학계)에 많은 수의 여성들이 진출하여 멀지 않아 남성을 압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을 족보에서 제외한다면 엄청난 “손실”(損失)이 될 것이다.

(4) 지금은 (병역을 제외하고) 남여가 법적으로도 동등하고 또한 각 가정에서도 딸과 아들을 차별하여 대우하지 않는다. 재산 상속에 있어서도 구분하지 않는 집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비논리적인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 이제 족보에서 남여를 차별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남성우월주의(男性優越主義)에 불과하다고 매도(罵倒)해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5) 따라서 생물학적(혈통적)인 관점에서나 현실적인 관점에서나, 딸(및 그 후손들)과 아들(및 그 후손들)을 동등하게 족보에 등재하는 것이 논리적, 합리적 귀결(歸結)이 될 수밖에 없다. 족보의 부피(면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대다수 가정의 자녀수는 1-2명에 불과하고 많아야 3명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인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하드카피(책) 형태의 족보가 필요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프린트아웃하거나 구입하면 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고루(固陋)하고 시대착오적(時代錯誤的)인 가부장적(家父長的) 남“성”우월주의(男“姓”優越主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부계성(父系姓) 위주의 족보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더구나 양부의 성을 가진 자손(혈통적으로는 자손이다), 그리고 반대로 나와 같은 성을 가진 타족(他族)의 자손(혈통적으로는 자손이 아니다)이 점점 늘어날 터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새로운 가족법이 시행되어 앞으로 30년쯤 지나면 아마도 옛날식 족보(부계성 족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의미한 종이 묶음”으로 전락(轉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새로운 가족법에 따라 호적등본이 없어져 형제자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복잡해질 것이다. 더욱이 4, 8촌, 10촌을 넘어가면 조상을 찾고 친족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계좌추적”(計座追跡)이라도 하듯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족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은(즉 옛날식) 족보의 기록 방식으로는 형제자매(특히 딸과 외손 쪽)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우리 대종중에서는 2010년 발간을 목표로 족보 편찬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이미 수단(收單)이 시작되어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족보를 만들 의사(意思)는 없을까?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고 21세기 국제화 시대의 개념에 걸맞은 족보를 말이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단순히 “전통”(傳統)이라는 미명하(美名下)에 과거로 회귀(回歸)하려 해서는 안 된다. 족보는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피[血]를 이어 받은 모든 후손들의 “공동재산”이다. 그렇다면 족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고 명백하다. 후손들이 외면하는 족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발상(發想)의 전환(轉換)이 기대된다.

사족(蛇足): 지금까지 이미 발간된 족보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는 추호(秋毫)도 없다. 기(旣)발간된 족보들이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사고(思考)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준서

[2008/04/07]

승모 아저씨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