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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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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연암선생서간첩 유통 경로와 박영철>

<연암선생서간첩 유통 경로와 박영철>

이번에 공개된 연암 박지원의 서간집 '연암선생서간첩'(燕巖先生書簡帖)은 현재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곳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연암이 남긴 편지는 현재 그의 문집인 연암집(燕巖集)에 수록돼 있다. 이번에 공개된 '연암선생서간첩'에 실린 그의 편지 30통은 문집에는 몽땅 누락돼 있다.

내용은 연암이 60세 때인 안의현감 시절과 이듬해 면천군수 시절 아들 박종의(朴宗儀)와 처남 이재성(李在誠) 등 집안에 보낸 편지가 대종을 이룬다.

정민 교수는 "그간 연암의 글이 한두 편 새롭게 발굴되고 논의된 적은 있으나, 이렇듯 한꺼번에 30통 친필 편지가 나온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 자료가 "날짜별로 정리된 일상 생활과 관련된 편지첩이 공개됨으로써 이 시기 연암의 알려지지 않은 벼슬살이 모습이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나아가 연암을 둘러싼 인물이나 당시의 정황, 그리고 그의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유익하고도 흥미로운 내용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올해는 연암 서거 200주기가 되는 해라는 점에서 새 자료 발굴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 서간첩은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영철 기증 유물 가운데 하나다.

진주의 수장가였던 박영철(朴榮喆. 1879-1939)은 대표적인 친일 관료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고종황제 근위장교를 지냈으며 이후 함경북도 도지사와 상업은행장 등 정재계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1939년에 타계하기 직전 근역서휘(槿域書彙)와 근역화휘(槿域畵彙)를 비롯하여 자신이 애장했던 고서화 100여 점을 경성제국대학에 기증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이후 1940년 10월 경성제국대학 진열관이 설립되면서 이들 자료가 여기에 기증되었는데, 연암선생서간첩도 여기에 포함됐다.

박영철은 친일파라는 행적 때문에 그를 향한 우리의 시선이 곱지는 않으나 한국문학사에 불후한 업적을 남겼으나, 1932년 5월에 17권 6책으로 된 연암집을 간행한 것이 그것이다. 그 이전까지 연암 저작은 필사본으로만 전해왔다.

여기에서 서간첩이 누락된 것은 연암집 간행 이후에 박영철의 손에 그것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박영철이 이 서간첩을 입수한 전후 사정은 서간첩 첫 장에 실린 연암의 고손 박기양(朴綺陽.1876-1941)이 1935년 4월11일에 박영철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밝혀져 있다. 박기양은 당시 충북 옥천 읍내 상계리에 거주하고 있었고 박영철은 경성 소격동 144번지에 거주했다.

이 편지에 의하면 박기양은 박영철이 연암집을 간행한 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로서 "후손된 자로서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은혜"를 갚기 위해 서간첩을 기증했다.

이를 통해 박영철은 연암집 간행 이후에도 줄곧 연암 글 수집에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서간첩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경성제대박물관에 기증되면서 이 자료 또한 존재 자체가 아예 잊혀진 채 남아있다가 65년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2005년 6월 2일 퍼온글입니다

박찬수 (쿠웨이트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