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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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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족 개념 흐려진 북한 (조선일보)
북한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 본관을 모른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탈북인들도 본관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본관이 뭐냐”고 되묻는다. 간혹 본관이 어디라고 대답하는 이조차도 파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면 말문을 닫고 만다. 이런 현상은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심한 편이다.
북한은 해방 이후 봉건잔재 청산과 가족주의·지방주의 척결을 내세워 일체 혈연이나 지연을 따지지 못하게 했다. 특히 1960년대 말 갑산파 숙청을 계기로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고착됐다. 당시 숙청된 갑산파 인물들에게 씌워진 죄목의 하나가 바로 가족주의·지방주의 조장이었고 혈연과 지연을 들먹이는 자체가 종파주의적 행위로 간주돼 금지됐다.
남한에서는 흔하디 흔한 종친회는 물론 동문회, 향우회, 친목회 따위가 북한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사사로이 무리 짓는 일은 그것이 어떤 취지와 목적아래 이루어지건 간에 모두 정치적 행위로 규정돼 엄중한 추궁과 처벌을 받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족이나 혈족 개념이 점차 희박해졌고 친척도 6촌만 넘어서면 남이나 다름없게 됐다. 탈북인들 가운데 북한에서 최고 학부를 나온 인텔리들도 자신의 본관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문 게 우연이 아닌 셈이다.
본관을 모르니 족보나 항렬을 알 까닭도 없다. 나아가 본인의 성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른다. 이를테면 같은 신씨인 경우라도 신, 신, 신 등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며 자신이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고등중학교와 대학에서 한자를 배우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탈북인들이 남한에서 호적을 만들고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면 호적에 올려야 할 본관이며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기도 한다. 통일부의 윤재훈 사무관은 “본관과 이름의 한자 표기를 모르는 탈북인들에게는 현재 남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사례를 보여주고 그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0년11월29일에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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