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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朴贊聳 
Subject  
   宗人들의 詩
          실제(失題)

                              박팔양 


나는 그대의 종달새같은 이야기를 사랑한다.
그러나 보다도 더 그대의 말없음을 사랑한다.
말은 마츰내 한개의 조고만 아름다운 작란감
나는 작란감에 실쯩난 커가는 아이다.

말보다는 그대의 노래를 나는 더 사랑한다.
진실로 그윽하고도 황홀한 그대의 노래여!
붉은 노을 서편 하늘에 빗기는 여름황혼에
그대의 부르는 노래, 얼마나 나를 즐겁게 하느뇨.

노래에도 실쯩날때 그대는 들창가에 기대여 침묵한다.
아아 얼마나 진실하고도 화려한 침묵인고!
나는 말없이 서있는 아름다운 그대의 창넘어로
여름 황혼의 붉은 노을을 꿈과 같이 憧憬한다. 

          병상(病床)

                      박팔양   


병들어 누어있는 그대를 생각하며
나는 나의 책상앞에 눈감고 앉어있다.
밤. 쓸쓸한밤. 정다운 사람이 그리운 밤.
항상 외로운 그대의 벼개 머리에는
지금쯤 그대 위로할 누구나 와서 있는가.

병들어 누어있는 그대를 생각하며
나는 외롭게 지금 혼자 앉어있다.
밤. 고요한밤. 바람소리 들리는 밤.
가엾다 뜻과 같지 못한 세상일에
가슴 조이다가 병든 순정의 젊음 그대여!

박팔양(朴八陽)(반남박씨23대손)
1905 8월 2일 경기 수원 출생 
1920 배재고보 졸업후 경성법학전문학교 입학 정지용, 박제찬 등과 함께 등사판 동인지 《요람》에 참가 
1923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신(神)의 주(酒)>가 당선되어 등단 
1926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가입. 조선일보사에 입사 
1928 중외일보 사회부장 역임 
1937 만선일보 기자 역임 
1946 조선문학가동맹 가담후 월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여수시초(麗水詩抄)>  박문서관  1940
시집 <박팔양시집>  문화전선사  1947

        나비를 보는 고통

                      박찬일
 

혼자서 날아다니다가
흙에서, 흙에서 뒹굴다 죽는 나비여.

날개가 아니라 몸뚱어리라는 것을.
그가 날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날개란 몸뚱어리에 붙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뭄뚱어리가 죽으면
날개도 따라 접힌다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혼자 다니다가
흙에 뒹굴다, 흙에 뒹굴다 죽는 나비에
나비의 운명에
내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박찬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기로 한다 나도 잊기로 한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오이 당근을 파느라 감자 고구마를 파느라 양파를 파느라
시금치 마늘을 파느라
  푸른 트럭에서 나는 수박 참외를 파느라 토마토 사과 귤
을 파느라 배를 파느라 계란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이면수 꽁치를 파느라 조기를 파느라 고등어를 파느라 푸
른 트럭에서
  푸른 트럭을 파느라 푸른 트럭만 남기고 파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녹음기에 녹음하느라
  녹음기를 켜놓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
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정신이
없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정신이 없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었따 나도 잊었다
푸른 트럭으로 사라지려고 한다 푸른 트럭을 몰고 사라지려
고 한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푸른 트럭에 있다

  정신이 없다 나는 포도주를 마신다 푸른 트럭에서 포도주
를 마신다 야채를 팔아 과일을 팔아 계란을 팔아 생선을 팔
아 포도주를 마신다 포도주만 마신다 정신이 없다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푸른 트럭에서
팔러 다닌다 푸른 트럭을 팔러 다닌다 푸른 트럭만 빼고 파
러 다닌다 푸른 트럭에서 마신다 붉은 포도주를 마신다 그
와 함께 붉은 포도주를 마신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박찬일(반남박씨26대손)
▣  1956년 춘천 출생
▣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받음
▣  독일 카셀 대학에서 Post-Doc. 과정 마침

▣  시집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1999)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2002)

▣  편운문학상
  박인환문학상

▣  현재
  연세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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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ail : pci@poet.or.kr
            nabi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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