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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 | | 박종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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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충절의 전설’ 정재의 기상 ,노강서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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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절의 전설’ 정재의 기상 수락산 자락서 길손들 반겨…
노강서원
경기일보
2010년 10월 19일 (화) 윤철원 기자
▲ 의정부 장암동 수락산 자락에는 정재 박태보의 충절을 기리고 있는 노강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서원에 비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소박하고 단정한 멋이 있는 서원으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처지를 바꾸었던들 육신(六臣)이 되었으리 / 영전(靈殿)이 어찌 또 노량(露梁)의 물가런고 / 하늘도 역시 묻히기 원하는 뜻을 알아 / 짐짓 충혼으로 육신과 이웃을 만들었는가
-기사치문(己巳置聞) 中
처지를 바꾸었던들 육신(六臣)이 되었으리 / 영전(靈殿)이 어찌 또 노량(露梁)의 물가런고 / 하늘도 역시 묻히기 원하는 뜻을 알아 / 짐짓 충혼으로 육신과 이웃을 만들었는가 -기사치문(己巳置聞) 中
처지를 바꾸었던들 육신(六臣)이 되었으리 / 영전(靈殿)이 어찌 또 노량(露梁)의 물가런고 / 하늘도 역시 묻히기 원하는 뜻을 알아 / 짐짓 충혼으로 육신과 이웃을 만들었는가 -기사치문(己巳置聞) 中
1689년(숙종 15년), 인정전 외문. 민비에 대한 폐비전교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린 전직 소론 문관들에 대한 숙종의 친국(親鞫)이 열렸다.
장희빈의 아들인 원자(元子)를 세자로 책봉하고 희빈을 중전에 앉힐 계획이던 숙종은 이번 기회에 반대론자들의 뿌리를 뽑기 위해 상소문에 이름을 올린 자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그러나 뼈가 꺾이고, 골수가 터지고, 살이 불로 지져지는 고통속에서도 신음조차 하지 않고, 폐위의 부당함을 직언하는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이 상소문을 직접 쓴 정재(定齋) 박태보였다.
정재는 숙종의 간악한 국문을 받은 뒤 진도로 귀양을 가다가 노량진에서 숨을 거뒀다.
조선시대 충절의 전설 박태보, 의정부 장암동 수락산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는 노강서원(鷺江書院)에는 여전히 정재의 강상(綱常)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 청절사 터에 서원을 재건한 까닭
노강서원은 서슬이 퍼런 흥선대원군의 사원 철폐의 칼날을 피한 47개 서원 가운데 하나다.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사극 ‘동이’의 역사적 무대가 되는 숙종 때 인현왕후(仁顯王后) 민씨의 폐위를 반대하다 고문으로 돌아간 정재 박태보를 기리고자 1695년(숙종 21년)에 세운 서원으로 본래 노량진에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으로 모두 불타 없어졌지만, 일찍이 정재의 부친인 서계(西溪) 박세당이 김시습을 기리고자 수락산 자락 자신의 집 가까이 세운 청절사(淸節祠)가 훼철되고 남은 빈 터에 후손들이 노강서원을 다시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일 찾아간 노강서원은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 있었다.
입구에는 어김없이 홍살문이 세워져 있긴 한데, 대가 꺾이고 녹이 심하게 슬어 한낮임에도 흉흉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거기다 주변에는 줄지어진 식당들로 산만한 느낌까지 주었다.
서원 건물은 60년대에 복원된 것 치고는 오래된 서원건물처럼 소박하고 단정한 멋이 있었다.
그런데 다소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계단을 올라 외삼문을 들어서자 그 이유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교육공간이라 할 수 있는 강당이 없이 사우와 양 옆의 동재와 서재만 세워져 있었다.
서원은 대개 제향공간인 사당과 강학공간인 강당, 동·서재를 갖추고 강학공간과 제향공간을 담으로 구분해 신문(神門)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곳은 강당이 생략돼 있는 것이다.
인현왕후 폐위의 부당함 직언
진도로 유배중 옥독으로 순절
숙종은 사후 충절을 기리기 위해
영의정 추종 ‘노강’이란 사액 내려
2008년 지자체 재정지원 끊겨
초등생 유적답사 등 진행못해
마중나온 이용규 서원장으로부터 그 연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본디 협소한 청절사 터에 노강서원을 다시 세운 까닭에 교육 공간인 강당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재의 후손들은 서계 박세당 종택과 노강서원, 그리고 박세당이 교육장의 하나로 썼던 궤산정 등을 연계해 2007년까지는 의정부시에서 지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그리고 서원의 교육적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2004년부터는 의정부 31개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우리 고장 바로알기 문화유적답사’ 대상 지역으로 종택과 서원을 개방하는 한편, 2006년에는 반남학교를 열어 서계·정재 선생에 대한 학문과 사상, 일생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 노강서원 사당에는 정재 박태보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의정부시에서 더 이상 재정 지원이 나오지 않아, 현재는 아무런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고, 단지 서원내에 문화재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노강서원에서는 매년 음력 2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제향을 지내고 있다.
■ 충절을 기려 사후 영의정에 추종
박태보는 1675년(숙종 1년) 사마시에 합격하고 생원으로 1677년 알성문과에 장원해 전적을 거쳐 예조좌랑이 됐다. 이 때 사관으로 출제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남인의 탄핵을 받아 선천으로 유배되기도 했다.
이후 풀려나 1680년 교리가 됐다.
이 때 문묘 송출에 관한 문제와 이조판서 이단하를 질책한 상소로 또 파직됐다.
이후 환수돼 이천현감, 이조좌랑, 호남 암행어사 등을 역임했다.
파주목사로 부임 시절 조정에서 성혼과 이이 위패를 문묘에서 빼었는데 그가 부임한 파주에서는 조정정책에 따르지 않고 이를 존속시켰다해 면직됐다.
1689년 기사환국(己巳換局) 때 인현왕후 폐위를 강력히 반대하는 소를 올리는데 주동적 구실을 했다고 해 심한 고문을 받고 진도로 유배 도중 옥독으로 노량진에서 순절했다.
타고난 성품으로 지기가 고상하고 견식이 투철해 여러 차례 상소를 통해 시비를 가리기도 했다.
조리가 정연해 조금이라도 비리를 보면 과감히 의리를 위해 죽음도 서슴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가 죽은 후 숙종은 곧 후회하면서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정려가 세워졌다.
영의정에 추종되고 풍계사에 배향됐다. 숙종 23년 조윤벽 등의 간청으로 노강이라는 사액이 내려졌다. 저서로는 ‘시문집’ 20권 7책이 전해오고 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 서계 박세당-정재 박태보
정치·사회에 대한 개혁적 사고… 강직한 정의감 ‘부전자전’
서계 박세당과 정재 박태보를 보면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박태보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과 강직함은 그의 아버지를 닮아 있다.
노강서원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서계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있는 서계 종택이 있다.
서계 박세당은 조선후기 문인으로 실학자다. 농촌생활에 토대를 둔 박물학(博物學)의 학풍을 이룩했으며, ‘색경’이라는 농사서적을 저술하기도 했다.
유교경전 중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서경에 대한 주해서를 집필한 ‘사변록’을 저술해 주자 사상(우암 송시열 등)과 대립했고, 결국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낙인찍혀 유배를 가기도 했다.
1660년 증광시 갑과(甲科)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성균관 전적에 제수돼 관직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예조좌랑, 병조좌랑, 정언, 병조정랑, 지평, 홍문관교리, 홍문관교리 겸 경연시독관·함경북도병마평사 등의 내외 관직을 역임했다.
▲ 서계 종택에 모셔져 있는 서계 박세당의 영정
1668년 서장관(書狀官)으로 청나라를 일시 다녀왔지만 당쟁을 혐오하며 관직을 그만두고 양주 석천동(지금 의정부 장암)으로 물러났다.
한때 통진 현감으로 나가 백성들의 구휼에 힘쓰기도 했으나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두 아들을 잃자 일체의 출사 권유를 물리치고 석천동에서 농사를 지으며 학문연구와 제자 양성에만 몰두했다.
박세당은 당시의 학자들이 꺼려한 도가 사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이러한 학문 경향을 지니게 된 배경에는 젊었을 때 지녔던 정치와 사회에 대한 개혁적 사고 때문이었고, 또 백성의 생활 안정과 국가 보위에 있어서 차별을 본질로 하는 유가 사상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홍문관수찬으로 있으면서 응구언소(應求言疏)를 올린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양반 지배 세력의 당쟁과 착취로 비참한 경지에 이른 백성들의 생활 안정책과 무위도식하고 있는 사대부에 대한 고발이었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중국 대륙의 세력 변동에 주체적으로 적응하는 실리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고대 삼국 가운데 국력이 가장 미약했던 신라가 당나라에게 망하지 않은 원인이 외교 정책의 현실주의적 실리 추구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려말 정몽주와 자기의 선조 박상충에 관한 평가도 고려에 대한 충절보다는 원나라·명나라 교체의 국제적 변동에 대처하려는 대외 정책으로 신흥 명나라를 섬기고 원을 배척할 것을 주장한 실리주의자로서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당시 시대 분위기가 숭명배청(崇明排淸)이 풍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민족의 현실적 생존과 국가의 보위를 위해 국제 사회에서의 주체적 적응이란 입장에서 존명사대(尊明事大)의 명분을 버리고 민족 자존의 실리를 위한 친청정책(親淸政策)을 주장했던 것이다.
인터뷰 이용규 노강서원장
“정재 선생의 정신 기려 충절의 도시로 거듭나야”
“우리 것은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남의 것만 좇아 하고 있는 의정부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용규 노강서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서원에 대한 예산지원을 끊고 축제의 도시를 표방하며 서구의 축제문화에만 메달리고 있는 의정부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 원장은 “정재 박태보 선생은 조선시대 충절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의정부시는 근본도 없는 ‘축제의 도시’를 표방할 것이 아니라 정재 선생의 정신을 기려 ‘충절의 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노강서원과 서계 종택, 궤산정을 비롯해 숙종때 박태보가 김시습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석림사 등을 연계해 조선조 선비문화의 총체를 보여줌으로써 의정부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의정부를 역사의 도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유교문화를 등한시 하는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문화정책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유물과 유적 가운데 유교와 관련된 것들 중 국보와 보물에 들어 있는 것은 드뭅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문화 정책이 남긴 유산입니다.
자신들이 멸망시킨 조선왕조 유산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야만 했던 거죠.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유교유산을 소중하게 생각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 원장은 “서원은 오늘날로 보면 사립학교”라며 “그런 까닭에 서원이기에 앞서 교육이라는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한 집안의 조상을 숭배하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의 차원에서 의정부시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일보
2010년 10월 19일 (화) 윤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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