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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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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남답사를 겸한 남도여행(4)

대흥사에서 나와 땅끝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5분여를 가니 13번국도와 닿는다. 13번국도를 따라 완도방향으로 가다가 땅끝쪽으로 우회전하니 석양이 장관이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다도해의 섬들과 어선,염전의 실루엣이 한폭의 그림이다. 종일토록 땅끝을 향해 달려온 보람이라 생각하며 얼마를 더가니 땅끝5㎞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이어 자그마한 촌락입구에 허준유배지라는 팻말이 나타난다. 지나치려던 차를 돌려 주차를 한 후 마을 안길을 따라 100여미터쯤 들어서니 선착장과 함께 어구들이 널려있는 해변이다. 주민 몇이서 산낙지를 판매하고 관광객 일부가 소주판을 벌리고 있다. 비릿한 바다내음을 맡으며 해변을 걸어 300미터쯤 더가니 촬영셋트로 지어놓은 초가 몇채가 보리밭을 배경으로 앙증맞게 서있고, 바다 가까이 드라마속에서 보았던 낮익은 섬들이 떠 있다. 허준이 유배지에서 지역민들에게 진료를 하던 모습, 한양을 그리며 서성이는 해변풍경이 되살아 난다.
조금때는 앞에 보이는 섬까지 물길이 열려 조개줍기 등 체험학습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단다.
땅끝 포구에 들어서니 이미 날이 어두워 각종 업소들의 네온사인이 휘황하다.
우선 숙소를 잡아놓고 저녘을 먹을 요량으로 전 숙박업소를 뒤졌스나 헛일이었다. 연휴라서 방들이 다 찼스니 송호리해수욕장 근처로 가보라는 업소안내인의 말대로 길을 되짚어 오면서 눈에띄는 곳은 민박집까지 모두 뒤져봐도 방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저녁만 먹고 26㎞나 되는 해남읍까지 다시 나갈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미리 짐작하지 못한 불찰이 후회스러웠다.
해남읍도 호텔과 여관 몇이 있었스나 사정은 비슷하다. 전 업소를 다 뒤진끝에 마지막 하나남은 허름한 방을 겨우 구했다. 바퀴벌레라도 금방 기어나올것 같고, 침구도 지저분해 운동복을 입은채 자야했다. 그랬어도 피곤한 터라 몸을 씻고 누우니 금새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아침에 호텔앞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숙소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하니 대흥사입구가 숙박업소 사정이 훨씬 좋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미리 알았스면 어제 녹우당까지 마져 보고 해남에서 유명한 산채정식(해남식당,535-5584) 맛이나 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보길도 배편은 아침06시정각부터 저녘18시50분까지 30분내지40분간격으로 있다. 서둘러 땅끝으로 가니 아직 8시도 채 못된 시각인데 갈림길입구부터 차가 밀린다. 1시간 이상을 지체했어도 포구까지 가려면 5백미터는 족히 남았다. 참다못한 아내가 배표라도 미리 사놓겠다고 갔다오더니 비상등을 켜고 반대편 차선으로 역주행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라고 한다. 밀려있는 차들은 모두 배에 승선을 기다리는 거란다. 배 한척에 30대밖에 못 실으니 30분에 차량30대씩 빠지는 걸로 계산하면 오후에나 승선이 가능하니 차를 두고 몸만 가자고 한다.
아내의 의견을 쫏아 주차시키고 배표를 구하려고 가니 보길도행 배표는 판매를 않는다.승객이 너무 많이 밀려있어 한시간 쯤 후에나 판매하니 인근 노화도로 가면 10분간격으로 보길도가는배가 있스니 그리하라고 한다. 시키는대로 노화도배편을 구입해서 승선을 기다리고 있스려니까 노화도행 배에서 안내방송을 하는데 보길도행 손님 폭주로 노화도행은 운행하지않고 보길도로 행선지를 변경하니 보길도행 손님만 승선하라는 방송이다. 잘 되었다 싶어 배표를 바꾸지 않은채 그대로 승선을 했는데 표검사도 하지 않는다.
보길도까지는 30분쯤 소요되었다. 보길도 창별항은 섬분위기가 아니다. 육지의 번잡한 항구 같다. 인터넷에서 보니 노선뻐스도 운행하고 택시도 있스며,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고 하여 알아보니 노선뻐스는 단체관광객에게 임대예약이 되어있어 운행하지 않고, 택시도 그렇고, 자전거도 모두 임대 나가서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도보로 2㎞남짓한 세연정까지 같다.
세연정은 고산(윤선도)이 지은 정자로 개울에 보를막아 연못을 만들고 그위에 세운 정자로 그 규모가 화려하고 커서 소박한 선비의 이미지보다는 호사스럽다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연못속에는 인력으로는 운반할 수 없는 큰 바위돌들이 여러개 운치있게 놓여진 가운데 수련이 아름답게 떠있고, 연못주위에는 동백과 홍송 등의 조경이 잘 어우러져 매우 훌륭한 정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고산은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었다고 한다.
세연정에서 다시 2㎞남지 더 들어가니 부용동이다. 이곳은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와 흡사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만큼 산이 깊다. 고산은 이곳에 잡목으로 살림집(낙서재)을 짓고 앞산 중턱에는 별채(동천석실)를 지어놓고 세연정과 함께 오가며 여생을 보냈다. 낙서재는 풍수상 매우 훌륭한 명당터로 지금은 고산이 엄동설한에도 사색에 잠겨있던 바위(소은병)만 남아있고 그앞쪽에 민묘2기가 자리한 숲에 불과하다. 낙서재 앞 계곡건너편에는 고산의 자제인 학관이 기거했던 곡수당터가 있는데 발굴중인지 공사를 하다 중단된 모습이다.
동천석실은 산중턱의 1000여평 공간에 지어진 석조 거실(글방)로 고산은 이곳을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 했고, 해저물녘 차끓이는 연기가 선경처럼 보였다 해서 석실모연(石室募烟)이라 했다한다.
부용동에서 나오는 길은 택시를 이용했다. 전화로 택시를 불러놓고 한시간 여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택시를 탄 김에 예송리 몽돌해수욕장까지 보고 그제서야 운행되는 버스편으로 선착장까지 오니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이다.
다른 안주감은 동이 난 관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자연산 돔(주인장 말을 믿으면-씹히는 맛이 진짜 자연산 같기도 함)회를 안주로 소주한잔하고 서더리탕으로 주린배를 채우고 나니 더 이상 보고싶은게 없다.
땅끝 선착장에서 해남의 금강산이라 불리우는 달마산 미황사가는 길을 물으니 해남쪽으로 조금가다가 첫번째사거리에서 우회전하라고 한다. 알려준대로 길을 접어드니 얼마가지 않아서 포장길이 그친다. 길을 잘못든게 틀림없스나 혹시하는 마음으로 비포장길을 계속가니 다시 13번국도가 나온다. 아쉽지만 미황사는 다음기회로 미루고 어제 보지못한 녹우당이나 보고 올라가자고 마음을 바꿨다.
녹우당은 집뒤 400여미터 뒤편에 있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에서 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초록빛깔의 비가오는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고산의 4대조부터 살던 15세기 중엽의 건물로서 해남윤씨 종가이다. 사랑채는 효종이 스승인 고산에게 하사했던 수원집을 해상운송하여 이전한 것이라 한다.
안채와 사랑채의 규모가 대단하고,집 뒤에는 고산사당과 그의 4대조인 어초은사당이 있고, 본채 왼편으로2백미터쯤 외진 숲속에는 연회장소로 사용됬음직한 별채가 있스며, 집앞 3백여미터 전방에는 매우 큰 규모의 연못을 조성해 놓아 윤씨일가의 재력과 호사스런 삶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병자호란 당시 고산은 이곳에서 의병을 모집해서 해상을 통해 강화근방까지 올라가던중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나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돌려 제주로 가던중 아열대 상록수림이 우거진 보길도의 경치에 반해 보길도에 눌러앉았다고 한다. 그후 이곳과 보길도를 오가며 여생을 보냈다.
유물전시관에는 윤두서자화상 등 많은 문화재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은 해남을 저녘7시쯤 출발하여 13번국도를 타고 나주를 거쳐 광주에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나주부터 고속도로 진입전까지 다소 지체되어 집에 도착한 시각은 자정에서 30분이 지나서 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