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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원

Subject

[re] 종인간의 이런 호칭은

언어 사용은 시공간(時空間)에서 결정된다. 즉 때와 장소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위의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아랫 사람이 윗사람을 호칭할 때 이름 뒤에 "씨(氏)"를 붙여 부르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氏"라는 호칭이 일종의 존칭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임오보(1642년 간행) 서문에 금양군(금양위)(휘 미)께서 당시 영천군수이셨던 첨추공(휘 호)을 "濠氏"로 지칭하셨는데 첨추공은 금양군의 종형이 되신다. 뿐만 아니라 아저씨뻘 되시는 목사공(휘 대하)을 "大夏氏"로, 역시 아저씨뻘 되시는 찰방공(휘 회무)을 "檜茂氏"로 지칭하신 것으로 보아 "氏"를 존칭어로 사용하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氏"를 손윗사람에 대한 존칭어로 쓰는 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물론 지칭과 호칭은 다를 수 있지만, 아무튼 "氏"가 과거에는 존칭으로 쓰인 것이 분명한 듯하다).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주의에 입각한 계급 사회였기 때문에 호칭도 기본적으로 계급을 바탕으로 하였다. 그러다 보니 2인칭 대명사가 발달하지 못해 오늘날 평범하고 무난하게 상대방(2인칭)을 부를 수 있는 말이 없다. "너"는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호칭이고, "당신"은 3인칭 극존칭으로 쓰이거나 아니면 2인칭 비하어로 쓰이거나, 또는 부부간의 호칭으로 쓰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사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인 2인칭 표현이다.

종친들 사이의 호칭중에서 늘 고민스러운 것은 연고항하(年高行下), 즉 연령은 높은데 항렬은 낮은 경우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문헌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제안들이 나와 있으나 실제로 대면한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직접 호칭으로는 모두가 어색하게 들린다. 가령 30대의 陽자 항렬자가 80대의 勝자 항렬자에게 "조카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게 들리고, 20대의 緖자 항렬자가 70대의 雨자 항렬자에게 "족손(族孫)"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마저도 어디까지나 남성 위주로 되어 있으니 여성의 경우는 더 힘들다. 가령 20대의 여자대학생(緖자)이 80대의 노인(雨자)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앞으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네"의 경우도 역시 시간과 공간의 문제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무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너"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민망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친구 사이도 연령이 낮을 경우에는 "너"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연령이 많은 친구 사이에서 "너"라고 하면 어쩐지 경박스러워 보인다. 예를 들어, 80세의 노인이 같은 80세의 친구를 부를 때 "너"라고 하면 듣는 사람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야"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씨"라고 부르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언어 사용은 시간과 공간에서 결정되므로 그 말이 언제 어디서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합의에 의해서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기로 하고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하기로 하자."라고 결정이 된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 하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