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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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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수, 박지원의 손자, 양반전과 호질을 되새기다
이글은 < 암행어사 입니다 > 홈페이지에서 갖어온 글입니다.




박지원의 손자, 양반전과 호질을 되새기다 

1867년(고종 4) 경상도 암행어사 박선수

어사 박선수가 경상도 땅에서 겪은 이야기. 어사 박선수는 백성들을 학대하고 수탈하는 경상도 지방의 양반들을 찾아내어 죄를 묻고 '토호별단'을 작성하여 임금님께 아뢴다.  


암행어사 박선수는 경상도 땅을 암행하고 있었다. 임금님은 이번 암행에서 그에게 특별히 지방 토호들의 횡포와 학정을 탐문하라는 사목을 내리셨다. 박선수는 임금님의 뜻을 익히 잘 헤아릴 수 있었다. 임금님이 등극하신 지 4년, 수렴청정을 하시는 대원위 대감은 외척과 세도 가문들의 폐해를 직시하고 그들을 세력을 견제하고 해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중앙 관직에서 세도가문들을 견제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대원위 대감은 이제 지방 사림들의 권력도 해체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경상도는 사림의 뿌리가 깊은 곳 아닌가. 서원철폐가 그러했듯이, 이번의 토호에 대한 탐문도 역시 같은 선상에 있는 정치적 행위라고 박선수는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박선수가 누구인가. 그는 양반전과 호질전을 쓴 연암 박지원의 손자였다. 그가 지방관료들의 비리와 학정을 탐문하는 틈틈이 토호들의 횡포에 귀를 기울이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폐단이 들려왔다.

박선수가 단성(丹城) 땅에 이르렀을 때였다. 말을 타고 꽤 큰 여울을 건너가는데 냇가에 제방을 쌓고 있는 한 무리의 백성들이 보였다. 그들은 큰돌을 져나르고 냇가 옆 빈 땅에서 잡풀을 베어 내고 돌을 고르고 쟁기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농토를 만드는 모양이구나,
하면서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일꾼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었다.
"더이상은 못 하겠수! 나랏님의 일도 아니고 관아의 일도 아닌데, 우리가 왜 김 정언(正言)대감의 논까지 개간하애 한단 말이요?"
"흥! 정언이면 단가? 나랏님을 가까이 모셨으면 그 은혜를 만방에 베풀지는 못할망정, 그 위세로 우리를 이토록 괴롭히니, 이게 나랏임을 욕보이는 일이 아니고 뭔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이 넘게 여기에 붙들여 있으니, 한 여름 농번기에 우리 논은 피가 가득하고 밭에는 잡풀이 우묵하네."
"우리 말만 할게 아니라 아예 이 일을 작파해버리세!"
중씰한 농부의 말에 모두들 곡갱이며 삽을 놓고 돌아갈 태세였다.
"네 이놈들! 누구 맘대로 일을 작파한단 말이냐?"
벼락같이 소리를 질러서 보니 등치가 우람하고 험악하게 생긴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일꾼들을 몰아세웠다. 그가 나타나자 불뚱거리던 일꾼들이 고양이 앞에 쥐가 된 듯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슬금슬금 일어나서 다시 연장을 잡고 흙을 파고 져 나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의기양양하게 굽어보는 사내의 얼굴은 소름끼치게 잔혹했다.
"대단한 위세입니다요. 흡사 표정이 악귀 같습니다요."
견마를 잡은 사노가 목을 으쓱, 하면서 혀를 찼다. 어사는 말없이 사내의 얼굴을 눈여겨 보며 다리를 건넜다.

사내의 정체가 전 정언(正言) 김인섭(金麟燮) 휘하에 있는 출신(出身 : 무과에 급제하고 벼슬을 하기 전에 있는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말) 권인하(權寅夏)라는 것을 어사가 알게 된 것은 단성 읍내에 들어서서였다.
"권인하 그놈은 못되고 잔혹하기가 뱀과 지네 같은 놈이야. 백성들을 잡아들여 위협하여 재물을 빼앗고, 조금이라도 제 뜻을 어기면 악형을 가하니 우리 고을은 형방이 둘이요."
"어디 형방만 둘인가, 사또도 둘이고, 감방도 둘이지!"
가만히 듣자하니 전정언 김인섭의 횡포는 그 출신보다 더 자심했다.
"조정에서 벼슬한[朝官] 권세를 믿고 불법을 자행하여 읍을 병들게 하고 백성을 괴롭힌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남몰래 해치고 맹수처럼 사나우니 인심(人心)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어사가 한두 마디 운을 떼자 백성들이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 그가 저지른 악행 중에 가장 지독한 것은 아들의 유가행차(遊街:과거 급제자가 광대를 데리고 풍악을 울리면서 시가행진을 벌이고 시험관, 선배 급제자, 친척 등을 찾아보던 일. 보통 사흘에 걸쳐 행하였다)에 돈을 적게 낸 사람의 얼굴을 불로 지진 것이었다.
"읍에 거주하는 주씨(朱氏) 성을 가진 노인을 유가에 필요한 돈을 적게 냈다는 이유로 잡아가서 결박하고 기와 위에 꿇어앉혀 얼굴을 지져서 거의 죽게 만들었습니다."


실로 엽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박선수로서는 조정에서 벼슬을 한 대신을 직접 치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양에 돌아온 박선수는 별단을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하였다.
"제가 일을 살피던 때에 가볍고 무거움을 참작하여 주요 행위에 대해 징계하여 다스렸지만, 강경하여 굽히지 않는 자와 조정에서 벼슬했기 때문에 신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자를 *개록(開錄:상급 관청에 보내는 문서 끝에 이름이나 의견 따위를 적음)하여 아룁니다."
박선수의 별단을 읽은 임금은 다음과 같이 전교하였다.
"단성(丹城) 전 정언(正言) 김인섭(金麟燮)은, 감영의 뜰에 잡아들여 한 차례 엄중하게 형신한 후에 먼 곳으로 유배 보내라. 토지를 개간하여 전답을 만들었다면 반드시 조세 대장에 누락되었을 것이다. 지방관으로 하여금 빠짐없이 답험(畓驗:=踏驗. 세금이나 소작료를 제대로 거두기 위하여 관련 논밭에 가서 農作의 상황을 실지로 조사하던 일)하여 올해 조세를 낸 다음에 호조에 낱낱이 보고하게 하여 영원히 수조안(收租案:관찰사가 가을에 道內의 結稅 예정액을 戶曹에 보고하던 장부책)에 붙이도록 하라. 또한 출신 권인하는 감영의 뜰에 잡아들여 곤장 30대를 죽지 않을 만큼 호되게 친 후에 멀고 험악한 곳으로 유배 보내라."
박선수는 이번 암행으로 양반전과 호질을 쓴 조부의 뜻을 실감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박선수의 토호별단
봉서(封書)에 무단한 토호들을 기록하라는 명령을 받들어 여러 읍을 두루 탐문해보니 이러한 폐단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일을 살피던[按事] 때에 輕重을 참작하여 주요 행위[略行]에 대해 징계하여 다스리되, 강경하여 굽히지 않는 것[强梗]이 심한 자와 조정에서 벼슬하기 때문에 신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擅便=擅斷] 없는 자를 개록(開錄:상급 관청에 보내는 문서 끝에 이름이나 의견 따위를 적음)하여 아룁니다.
단성(丹城) 전 정언(正言) 김인섭(金麟燮)은, 조정에서 벼슬한[朝官] 권세를 믿고 불법을 자행하여 읍을 병들게 하고 백성을 괴롭힌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토지를 개간하여 논을 만들면 곧 사사로운 계책으로 백성을 부역시켰는데, 그것이 여러 날이 되자 원근(遠近)에서 소요(騷擾)가 일어 원망하는 소리가 떼지어 일어났습니다. 출신(出身) 권인하(權寅夏)는, 못되고 잔혹한 것이 사갈(蛇蝎)보다 심하였으니, 백성들을 잡아들여 위협하여 재물을 빼앗았으며, 조금이라도 자신의 뜻을 어기면 곧 악형(惡刑)을 시행하였습니다. 읍에 거주하는 주씨(朱氏) 성을 가진 백성은 유가(遊街:과거 급제자가 광대를 데리고 풍악을 울리면서 시가행진을 벌이고 시험관, 선배 급제자, 친척 등을 찾아보던 일. 보통 사흘에 걸쳐 행하였다)에 필요한 돈을 적게 냈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결박하여 기와 위에 꿇어앉히고는 얼굴을 지져[ 烙面部] 거의 죽게 만들어 그 소문이 파다하였습니다. 남몰래 해치고 맹수처럼 사나우니 인심(人心)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단성(丹城) 전 정언(正言) 김인섭(金麟燮)은, 감영의 뜰에 잡아들여 한 차례 엄중하게 형신한 후에 먼 곳으로 유배 보내라. 토지를 개간하여 전답을 만들었다면 반드시 조세 대장에 누락되었을 것이다. 지방관으로 하여금 빠짐없이 답험(畓驗:=踏驗. 세금이나 소작료를 제대로 거두기 위하여 관련 논밭에 가서 農作의 상황을 실지로 조사하던 일)하여 올해 조세를 낸 다음에 호조에 낱낱이 보고하게 하여 영원히 수조안(收租案:관찰사가 가을에 道內의 結稅 예정액을 戶曹에 보고하던 장부책)에 붙이도록 하라. 출신(出身) 권인하(權寅夏)는, 감영의 뜰에 잡아들여 곤장 30대를 죽지 않을 만큼 호되게 친 후에 멀고 험악한 곳으로 유배 보내라.


이글은 < 암행어사 입니다 > 홈페이지에서 갖어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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